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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돌아 보며...


                                                                       김미란간사

          2022년 임인년 새해에는 ‘나와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벌써 반백년을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누구인지 잘 모를 때가 많은 것 같아서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곰곰이  나를  관찰하고
         위로하고 다독여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들을 위해
         시간과 물질과 사랑을 주고 싶습니다. 나를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좋은  글을  쓰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여행은, 이 우주 안에서 나라는 생명체가
         결코 우연이 아닌, 그분의 섭리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진정 나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야말로 그분의 사랑을 아는
         첫걸음이지 않을까요...

          어느새 뒤돌아보니 이 몸으로 삼십 년을 견뎌 내었다. 단 하나뿐인 혈육인 오빠는 내게 말했다. 이렇게
         긴 시간 살아낼 줄 몰랐다고... 연년생인 오빠는 스무 한 살의 청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꼼짝도 못하는
         여동생의 신변을 처리하거나 욕창 걸릴세라 하루에도 몇 번씩 알콜로 몸을 닦아냈다. 이렇게 시작된 고된
         몸부림은 꽃다운 스무 살에 뜻하지도 않은 교통사고로 인해 시작되었다. 젊은 청년 5명을 태운 승용차는
         초행길이던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해 그만 커브길에서 전복되어 버렸다. 앞 좌석에 앉았던 두 명은 그
         자리에서 운명을 달리하게 되었고 나는 경추신경이 손상되어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죽음과 사투를 벌리며 하루를 살아내야 했다.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마치 십 년 같이 길었고 죽을 수도 살 수도 없는 질기로도 긴 운명이었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청초했던 스물의 꽃망울은 어느 새 튼튼한 나무로 자라 뿌리를 깊게 내렸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남아있는 것들에 집중하며 감사함으로 새로운 삶을 개척해 나갔다.
         삼십대부터는 장애인단체에서 리더를 하며 장애인복지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고 개척교회에서 미디어부를
         맡아서 하나님이 주신 한 달란트를 최선을 다해 사용했다. 그리고 주변 지인들이 상담을 해 올 때면 나의
         섬세한 감성과 아픈 상처가 한 몫을 든든히 해 내기도 한다. 장애의 몸으로 어디 녹록했으랴...
          요즘은 별 다른 욕심이 없다. 스스로 높아지려는 명예욕도 없고 더 많이 가지려는 물욕도 없다. 사는 게
         뭐 있으랴... 이 땅에서 마음껏 사랑하며 살다가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나는 비록 한 달란트를 받은
         작은 자이지만 결코 작은 자가 되지 않기를 손 모아 소망해 봅니다.


       6  예수님사랑 _1_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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